서비스를 개발하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기능도 곧 AI가 대신해주는 것 아닐까?”
AI가 정보를 찾고,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직접 도구를 사용하고 일을 처리하게 된다면,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는 무엇이 남을까.
그래서 질문을 바꿔봤다.
“AI가 이 서비스를 대신 사용할 수 있느냐”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 서비스 자체가 계속 필요한 이유가 남아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 질문을 중심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관련 연구와 사례를 찾아봤다. 지금까지는 다섯 가지 유형이 눈에 들어온다.
다만 아래 사례들은 미래의 생존을 증명하는 정답은 아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변화와 기업이 발표한 실적을 바탕으로, 어떤 자산이 오래 남을 수 있을지 판단해보려는 시도다.
출발점: 정보가 필요하다고 원문 방문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변화는 이미 검색 행동에서 관찰된다.
Pew Research Center는 미국 성인 900명의 2025년 3월 웹 이용 기록을 분석했다. AI 요약이 있는 구글 검색 페이지에서 일반 검색결과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8%, AI 요약이 없는 경우는 **15%**였다. AI 요약 안의 출처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요약이 있는 페이지 방문의 **1%**에 그쳤다. Pew Research Center, 2025년 7월
이 연구는 검색 조건을 동일하게 통제한 실험은 아니다. 따라서 AI 요약 하나가 클릭 감소를 전부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중요한 문제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여전히 정보를 필요로 하지만, 그 정보를 만든 사이트까지 찾아갈 필요는 줄어들 수 있다.
콘텐츠의 필요성과 그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방문 가치는 서로 다른 문제다.
1. 직접 경험하고 참여하는 것 자체가 가치인 서비스
SNS, 커뮤니티, 게임, 영상·라이브 콘텐츠 같은 서비스다.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정보만 얻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함께 놀고, 반응을 나누며 관계를 만든다.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행위 자체가 가치다.
이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2024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는 ChatGPT 출시 전후의 Stack Overflow와 Reddit 개발자 커뮤니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Stack Overflow의 일일 웹 트래픽이 ChatGPT가 출시되지 않았을 경우의 추정치보다 약 12%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반면 분석 대상 Reddit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참여 감소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유대가 이런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Burtch 외, 2024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방향이 나타났다. 《PNAS Nexus》에 발표된 연구는 ChatGPT 출시 후 약 6개월 시점에 Stack Overflow의 질문·답변 게시 활동이 비교 대상 플랫폼 대비 약 25%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비교 대상은 ChatGPT 접근이 제한된 중국·러시아의 유사 플랫폼과 수학 분야 포럼 등이었다. 이 수치는 방문자 감소율이 아니라 게시 활동의 변화다. del Rio-Chanona 외, 2024
두 연구 모두 초기 ChatGPT 도입기의 관찰이라는 한계가 있다. 모든 커뮤니티의 장기적인 미래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처음 세운 가설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답 하나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AI로 이동하기 쉽다. 특정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관계를 맺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답변만 전달받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게임의 줄거리를 아는 것과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다르고, 라이브 방송의 요약을 읽는 것과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것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SNS라서 안전하다”보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서비스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소비하는가, 아니면 계속 돌아오고 싶은 경험과 관계를 만드는가?
2. 없어지면 곤란한 핵심 데이터가 계속 쌓이는 도구
대표적으로 떠올린 서비스는 GitHub다.
GitHub가 2025년 5월 발표한 Copilot coding agent는 이슈를 맡아 작업하고, 변경 사항을 커밋하며, 초안 PR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개발자는 그 PR을 검토하고 추가 작업을 요청한다. AI가 기존 개발 기록과 협업 절차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다. GitHub coding agent 발표
GitHub의 2025년 Octoverse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자 수는 1억 8천만 명 이상, 월평균 병합 PR은 4,320만 건이었다. AI 도구가 확산되는 시기에 저장소와 협업 활동 역시 큰 규모로 이어지고 있었다. GitHub Octoverse 2025
이 수치만으로 AI가 GitHub의 성장을 일으켰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제품 구조다.
AI가 코드를 작성해도 현재 코드가 무엇인지, 어떤 변경이 승인됐는지, 해결해야 할 이슈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사람이 직접 화면을 조작하는 시간이 줄어들어도,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기록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다.
그 데이터가 사라졌을 때 업무의 연속성이 끊기는가. 그리고 AI가 결과물만 보고 그 맥락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가.
다만 핵심 데이터의 필요성과 특정 서비스의 방어력도 구분해야 한다. 코드와 기록을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다면 GitHub라는 사업자의 경쟁력은 별도로 설명해야 한다. 데이터뿐 아니라 협업망, 권한 관리, 실행 환경과 기존 업무의 연결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Figma는 정말 약한 사례일까
처음에는 GitHub와 달리, 디자인 도구의 축적 데이터는 AI가 재생성하기 쉬워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회성 화면 시안이나 이미지에는 적용할 수 있는 가설이다. 하지만 그것을 Figma 전체의 경쟁력으로 확대하는 것은 성급하다.
Figma가 발표한 2025년 매출은 10억 5,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이 실적이 장기적인 방어력을 증명하지는 않지만, 디자인 도구가 AI 때문에 이미 수요를 잃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도 되지 않는다. Figma 2025년 실적 발표
결국 제품 이름보다 데이터의 쓰임을 봐야 한다.
새로 그릴 수 있는 화면 한 장과, 여러 팀이 실제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디자인 시스템은 다르다. 계속 편집해야 하는 원본 파일, 승인 과정, 개발과 연결된 기준도 단순 이미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반대로 코드라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코드라면 연속성의 가치는 작다.
강한 것은 ‘데이터가 쌓이는 도구’보다 계속 필요한 상태와 맥락을 보존하는 도구에 가깝다.
3. 실제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여 있는 서비스
당근, Airbnb, Uber, Upwork 같은 마켓플레이스다.
AI는 조건에 맞는 대상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예약이나 거래 절차를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검색 결과를 만드는 것만으로 실제로 숙박할 방이나 일을 맡을 사람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Airbnb는 2026년 2월 발표에서 550만 명 이상의 호스트와 누적 25억 회 이상의 게스트 도착을 소개했다. 여기서 게스트 도착은 고유 이용자 수가 아닌 누적 이용 규모다. 같은 발표에서 미국·캐나다·멕시코의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 이용자 대상 AI 고객지원도 설명했다. 해당 AI 어시스턴트로 문의한 문제의 약 3분의 1이 상담원 연결 없이 해결된다고 밝혔다. Airbnb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이 사례에서는 자동화되는 것과 계속 필요한 것을 함께 볼 수 있다.
고객지원과 검색 방식은 바뀐다. 그래도 실제 숙소와 호스트, 예약 가능한 공급, 거래 기록은 필요하다.
그래서 이 유형을 단순히 ‘이커머스’라고 부르기보다 ‘마켓플레이스·네트워크형’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상품 정보를 보여주는 것과 실제 거래 가능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AI가 여러 플랫폼을 비교하며 고객 접점을 가져갈 가능성은 남는다. 공급자와 구매자가 여러 플랫폼을 함께 이용한다면 네트워크의 독점성도 약해질 수 있다.
시장은 계속 필요할 수 있지만, 그 시장을 연결하던 기업이 지금의 수수료와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4. 현실의 자원과 운영이 필요한 서비스
식당, 카페, 매장, 물류, 현장 서비스 같은 유형이다.
AI가 주문을 받고 동선을 최적화해도, 음식이 만들어질 주방과 물건이 보관될 창고, 실제 재고와 운송 수단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사람의 육체노동이 필요하니까 안전하다”라고 생각하면 기준이 흔들린다. 로봇이 발전하면 현장의 작업도 자동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Amazon은 2025년 6월 100만 번째 로봇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로봇 운영망은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시설에 걸쳐 있었다. 같은 발표에서 로봇들의 이동을 조정하는 AI 모델 DeepFleet도 소개했다. Amazon 로봇·AI 발표
이 사례에서 자동화는 물류망의 필요를 없애지 않는다. 창고와 재고, 설비를 운영하는 방식이 바뀐다.
내가 여기서 얻는 해석은 사람의 노동을 보호막으로 삼기보다, 현실의 자원과 접근권, 운영망을 확보했는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 자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업자가 강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인지, 입지와 허가가 중요한지, 충분한 가동률과 운영 효율을 만들 수 있는지에 따라 경쟁력은 달라진다.
5. 결과에 책임질 주체가 필요한 서비스
회계, 법률, 감사, 인증, 보험, 공증 등의 영역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유형이다.
이 분야에서도 검색, 초안 작성, 검토와 조언은 자동화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거래에서는 답변의 정확도와 함께 다음 질문이 중요해진다.
“이 판단이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Air Canada의 챗봇 분쟁이다.
2024년 2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민사분쟁해결기관은 챗봇의 잘못된 할인 운임 안내를 믿고 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Air Canada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변호사협회가 정리한 결정 내용에 따르면, 챗봇도 항공사 웹사이트의 일부이므로 항공사는 그 정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변호사협회의 사건 해설
이 사건은 모든 AI 서비스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법칙도, 전문직의 생존을 보장하는 사례도 아니다. 다만 응답을 자동화하는 것과 사업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별개라는 점을 보여준다.
책임형 서비스의 가치는 지식을 말해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결과를 승인하고, 보증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손실을 부담하는 데 있다.
AI의 성능이 좋아지면 필요한 인력과 업무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책임을 맡을 기업이나 전문가, 보증과 보험의 구조는 계속 필요할 수 있다.
도구형 서비스에는 두 가지 질문이 더 필요하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도구와 유틸리티가 특히 신경 쓰인다. 특정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기능은 범용 AI가 흡수하기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두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첫 번째는 AI를 중심으로 제품의 작동 방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다.
AI 버튼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이 목표를 정하면 AI가 작업을 수행하고 제품이 권한·진행 상태·예외·결과를 관리하는 구조다. 앞서 살펴본 GitHub coding agent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AI 네이티브는 적응 방향이지 그 자체로 방어력은 아니다. 범용 AI가 같은 작업 흐름을 쉽게 재현할 수 있다면 지속적인 차별점은 여전히 필요하다.
두 번째는 쉽게 재생성할 수 없는 핵심 데이터의 연속성을 맡고 있는가다.
무엇이 진행 중인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변경이 승인됐는지, 다음 작업이 무엇에 의존하는지. 이런 기록은 결과물을 하나 더 생성하는 것과 다르다.
두 방향은 함께 갈 수 있다. AI가 업무를 수행하고, 제품이 다음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상태와 맥락을 보존하는 것이다.
개발하면서 계속 확인하고 싶은 것
사례를 찾아본 뒤에도 처음의 다섯 가지 기준은 유효한 질문으로 남았다.
-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고 참여할 이유가 있는가?
- 없어지면 곤란한 핵심 데이터가 연속적으로 쌓이는가?
- 실제 수요와 공급, 사람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가?
- 현실의 자원과 운영망이 필요한가?
- 결과를 승인하고 책임질 주체가 필요한가?
다만 여기에 질문 하나를 더 붙여야 한다.
“그 자산이 계속 필요하더라도, 왜 우리 서비스가 계속 맡아야 하는가?”
경험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고, 데이터는 이전될 수 있다. 판매자는 여러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고, 책임은 다른 기업이 맡을 수 있다. 필요한 자산을 가졌다는 것과 그 자산으로 지속적인 사업을 만든다는 것은 한 단계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지금의 결론은 이렇다.
AI 시대의 방어력은 AI 기능을 얼마나 많이 넣었느냐보다, AI가 발전해도 필요한 자산을 무엇으로 가지고 있으며 고객이 왜 그 자산을 우리에게 계속 맡기는지에 달려 있다.
앞으로 기능을 하나 더 만들기 전에 먼저 확인하고 싶다.
AI가 그 일을 대신하게 된 뒤에도, 이 서비스가 계속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격하게 공감합니다.
요즘 저도 뭘 하나 만들려고 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이거예요.
“이거 AI가 조금만 더 발전하면 그냥 해주는 거 아닌가?”
특히 단순 기능이나 정보 제공 서비스는 점점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중요한 건 AI를 얼마나 잘 붙였느냐가 아니라, AI가 더 발전해도 이 서비스에 계속 남아야 할 이유가 있느냐인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사업 아이템 고민하면서 거의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