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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소재공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웹핏을 운영하며 워드프레스 홈페이지를 만들고, AI와 바이브 코딩을 다룬다. 겉으로 보면 전공과 지금 하는 일은 전혀 달라 보인다. 하나는 재료를 다루고, 다른 하나는 코드와 데이터를 다룬다.

 

그런데 개발을 깊이 배울수록 이상하게 익숙했다. 데이터베이스를 이해할 때도, AI가 벡터로 문장의 의미를 찾는 방식을 접했을 때도 완전히 새로운 개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과거에 배운 원리에서 유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공학을 떠나 개발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재료를 설계하던 방식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었다.

 

공학에는 항상 완제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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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에는 만들고 싶은 결과가 있다. 공장에서 원재료를 투입한다고 완제품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어떤 원재료를 사용하고, 어떤 조건에서, 어떤 순서로 가공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같은 재료라도 온도, 압력, 시간, 가공 순서가 달라지면 성질이 달라진다.

그래서 공학에서는 항상 다음 과정을 거친다.

 

원재료 투입
→ 조건 설정
→ 공정 실행
→ 완제품 생산
→ 측정과 분석
→ 조건 개선

 

신소재공학에서 열역학을 배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조건에서 재료의 상태가 변하는지 알아야 원하는 성질을 만들 수 있다. 기기분석을 배우는 이유도 같다. 가공이 끝났다고 성공한 것이 아니라, 완성된 재료가 원하는 성질을 가졌는지 측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공학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입력과 조건, 과정과 평가 방법을 설계하는 학문이다.

 

개발에도 원재료와 완제품이 있다

 

개발도 같은 구조를 가진다. 개발에서는 데이터, 자료, 사용자의 요구사항이 원재료가 된다. 코드와 AI, 데이터베이스는 원재료를 가공하는 수단이다. 홈페이지와 웹서비스, 챗봇, 자동화 시스템은 완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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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홈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말하는 것은 공장에 원재료를 넣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줘”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자료를 사용할 것인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정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같은 AI 모델을 사용해도 결과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모델이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좋은 원재료를 넣더라도 공정과 조건이 잘못되면 원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다. 도구가 일하는 전체 공정을 어떻게 설계했는가가 중요하다.

 

공학을 배우면 물리를 만난다

 

공학을 배우려면 자연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공학도는 물리를 배운다.

물리학에는 자연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있다. 그중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은 서로 다른 규모의 현상을 설명한다. 고전역학에서는 조건과 법칙을 알면 물체의 움직임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같은 조건과 같은 법칙
→ 예측할 수 있는 결과

 

반면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의 상태와 결과를 확률적으로 다룬다. 하나의 결과를 단순히 확정하기보다 어떤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계산한다. 이 두 가지 관점을 알고 나니 기존 소프트웨어와 생성형 AI의 차이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기존 소프트웨어에는 명확한 규칙이 있다. 생성형 AI는 맥락 안에서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찾는다.

바이브 코딩에서는 이 두 세계가 함께 사용된다.

 

데이터베이스는 규칙의 세계다

 

웹핏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워드프레스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게시물에는 제목, 본문, 작성자, 날짜가 있다. 회원에게는 아이디와 권한이 있다. 주문에는 고객, 상품, 금액, 상태가 연결된다.

 

각 데이터의 위치와 관계가 비교적 명확하다. 고객이 문의서를 작성한다 → 고객 정보가 저장된다 → 담당자에게 알림이 전달된다 → 상담 상태가 변경된다 규칙이 정해져 있으므로 같은 입력이 들어오면 같은 과정이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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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존 소프트웨어의 작동 방식은 고전역학의 세계와 닮은 점이 있다. 조건과 규칙이 명확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터베이스가 실제 고전역학이라는 뜻은 아니다. 명확한 관계와 규칙에 따라 결과가 처리된다는 점이 닮았다는 비유다.

 

AI는 가능성의 세계를 다룬다

 

챗봇과 AI 검색에서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고객이 이렇게 물었다고 해보자.

 

“처음 홈페이지를 만드는 강사에게 어떤 방식이 적합한가요?”

데이터베이스에 이 문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질문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의미가 비슷한 자료는 존재할 수 있다.

 

AI는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관련된 자료를 찾아야 한다.

이때 임베딩과 벡터 검색을 활용할 수 있다. 문장과 문서의 의미를 숫자로 표현하고,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정보를 찾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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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챗봇이 벡터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체 문서와 기업 자료를 찾아 답하는 RAG 챗봇에서는 벡터 검색이 자주 사용된다. 벡터는 물리학과 AI 양쪽에서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용도와 의미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어가 같다는 사실이 아니다.

 

기존 소프트웨어가 정해진 규칙으로 정확한 값을 처리한다면, 생성형 AI는 맥락을 바탕으로 가능성이 높은 답을 찾고 생성한다는 차이다. 나는 이 차이에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두 세계를 떠올렸다.

 

바이브 코딩에는 두 세계가 모두 필요하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와 벡터 검색은 경쟁하는 기술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어 고객 상담 챗봇을 만든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 사용자의 자연어 질문을 AI가 해석한다.
  • 벡터 검색으로 관련 문서를 찾는다.
  • AI가 검색된 자료를 바탕으로 답변한다.
  • 고객 정보와 상담 기록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 정해진 조건에 따라 담당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 예외 상황이나 중요한 판단은 사람이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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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벡터 검색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대체하는 것도 아니다.

좋은 시스템에는 두 방식이 모두 필요하다.

하나는 명확한 데이터와 규칙을 다룬다. 다른 하나는 언어와 의미, 가능성을 다룬다.

바이브 코딩은 이 두 세계를 연결해 하나의 완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개발이 쉬웠던 이유는 유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발 개념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기술을 처음부터 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학에서 배운 구조를 바탕으로 유추했다.

 

  • 원재료는 입력 데이터와 닮았다.
  • 가공 조건은 프로그램의 규칙과 제약조건과 닮았다.
  • 공정은 시스템의 업무 흐름과 닮았다.
  • 완제품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결과물과 닮았다.
  • 기기분석은 테스트와 검증에 닮았다.
  • 조건을 바꾸며 다시 실험하는 과정은 디버깅과 닮았다.

 

용어와 대상만 달라졌을 뿐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는 비슷했다.

신소재공학에서는 재료의 성질을 바꾸는 공정을 설계했다.

워드프레스에서는 콘텐츠와 고객 데이터가 저장되고 움직이는 구조를 설계했다.

바이브 코딩에서는 데이터베이스와 AI가 함께 작동해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설계한다.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다루는 원재료를 바꾼 셈이었다.

 

코드를 만드는 것과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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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이 등장하면서 코드를 만드는 일은 쉬워졌다.

하지만 코드가 나왔다고 제품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공장에 가공 장비를 들였다고 좋은 제품이 저절로 생산되지 않는 것과 같다.

 

  • 해결할 문제가 분명한가?
  • 필요한 데이터가 준비되었는가?
  • 처리 과정이 올바르게 연결되었는가?
  • 예외 상황을 고려했는가?
  •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가?
  • 결과를 측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작동하는 코드는 있어도 제대로 된 제품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코딩 능력만큼 공학적 사고가 중요해진다. 코드를 생성하는 능력보다 무엇을 넣고, 어떤 조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를 만들 것인지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개발은 결국 공학이다

 

공학을 배운다고 누구나 개발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학적 사고를 익히면 개발의 구조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웹핏이 워드프레스와 바이브 코딩 중 하나만 고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콘텐츠와 고객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 워드프레스를 선택한다. 새로운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자유롭게 구현해야 한다면 바이브 코딩을 활용한다. 의미가 비슷한 자료를 찾아야 한다면 벡터 검색을 사용하고, 명확한 반복 업무라면 데이터베이스와 자동화를 사용한다.

 

도구부터 정하지 않는다. 먼저 만들고 싶은 완제품을 정한다. 그다음 필요한 원재료와 공정, 조건, 측정 방법을 설계한다. 공학은 원재료를 원하는 완제품으로 바꾸는 방법을 다룬다.

 

개발은 데이터와 경험을 실제로 작동하는 디지털 결과물로 바꾼다. 나는 공학을 떠나 개발자가 된 것이 아니었다. 재료를 설계하던 방식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었다. 개발은 결국 공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