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문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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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새로운 AI 도구가 나오면 사용법부터 찾아봤습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써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능을 설명하는 강의와 전자책을 찾아보고, 괜찮아 보이는 자료는 일단 저장했습니다. 지금 알아두면 언젠가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배운 것은 분명히 많아졌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도구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제 업무는 그만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알겠는데, 정작 지금 하는 일에 무엇을 써야 하는지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AI 강의를 거의 듣지 않게 됐습니다. 강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제게 부족했던 것이 새로운 사용법이 아니라, 많은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배울수록 선택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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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을 잘하고 싶어서 여러 교육 플랫폼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카피라이팅 이론을 공부하고, 효과가 좋다는 광고 공식을 정리했습니다. 메타 광고와 구글 광고의 기술적인 부분도 찾아봤습니다.

노트는 두꺼워졌고 저장해 둔 자료도 늘어났습니다. 전자책도 계속 샀습니다. 파일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양이 늘수록 확신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하나의 작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았습니다. 같은 글을 쓰더라도 서로 다른 카피라이팅 공식이 있었고, 같은 광고를 운영해도 권하는 전략이 달랐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하나 배우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방법을 몰라서 멈춘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고객에게 어떤 방법이 맞는지, 이 프로젝트에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여러 선택지 중 무엇을 제외해야 하는지 정하지 못해서 멈췄습니다.


 

강의는 사용법을 알려주지만 내 일을 대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강의는 새로운 기능과 사용법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여주고, 처음 접하는 도구의 시행착오도 줄여줍니다. 그러나 강의가 제 일의 조건까지 대신 판단해 줄 수는 없습니다.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결과가 무엇인지

여러 기능 중 무엇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지

어느 지점부터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하는지

결과가 괜찮다고 판단할 기준이 무엇인지


 

이 질문의 답은 강의 안에 있지 않았습니다. 같은 도구를 배우더라도 누구의 어떤 문제에 사용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기능과 순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판단 기준이 없으면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다시 흔들립니다. 어제 배운 방법을 제대로 적용해 보기도 전에 오늘 나온 기능을 찾아보게 됩니다. 결국 배우는 일은 계속되지만, 끝나는 일은 많아지지 않습니다.


 

실제 프로젝트가 가장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됐습니다


 

제 배움의 방식이 달라진 것은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일을 계속하면서부터였습니다. 웹핏에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바이브 코딩으로 기능을 구현할 때는 강의를 끝까지 듣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화면이 나와야 하고,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어야 하며, 필요한 기능이 실제로 작동해야 합니다.


 

프로젝트에는 분명한 조건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무엇이 완성되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면 배워야 할 것도 구체적으로 좁아집니다.


 

먼저 직접 해봅니다. 막히는 지점이 나타나면 그 부분에 필요한 자료를 찾습니다. 배운 내용을 바로 적용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원인을 살펴 다시 수정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모든 기능을 알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배우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기준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조건에서 이 도구가 잘 맞았는지, 어느 작업은 자동화해도 됐는지, 어디에서는 사람이 확인해야 했는지 기록해 두면 다음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됩니다. 한 번의 해결법이 아니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판단이 쌓입니다.


 

지금은 먼저 일하고 나중에 배웁니다

예전에는 충분히 배운 다음 일을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해결할 일을 먼저 정하고, 실행하다가 필요한 부분을 배웁니다.

 

지금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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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정의 → 직접 실행 → 막힌 부분 학습 → 결과 검수 → 판단 기준 기록


 

이 순서로 일하면 새 도구를 무조건 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도구가 내 일의 어느 자리에 필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시험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배우고, 맞지 않으면 제외합니다. 반복되는 작업만 자동화하고, 예외가 많거나 책임이 필요한 일은 사람의 확인을 남겨둡니다. 배움의 목적이 많이 아는 것에서 일을 제대로 끝내는 것으로 바뀐 것입니다.


 

AI 시대에는 무엇을 아는지보다 무엇을 맡길지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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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하고, 코드를 만들고, 여러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도 계속 추가됩니다. 이 모든 기능을 한 사람이 빠짐없이 따라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설령 모두 배운다고 해도 무엇을 어디에 사용할지 정하지 못하면 실제 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도구를 배우기 전에 네 가지를 먼저 봅니다.


 

AI에게 맡겨도 되는 일은 무엇인가?
자료 정리나 초안 작성처럼 빠른 실행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합니다.


 

사람이 기준을 세워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목적, 우선순위,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와 책임의 범위를 정합니다.


 

결과를 어디에서 검수할 것인가?
AI의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사실, 맥락, 작동 여부를 확인할 지점을 둡니다.


 

다음에도 유지할 규칙은 무엇인가?
이번 선택이 잘 작동한 조건과 제외한 이유를 기록해 다음 일의 기준으로 남깁니다.


 

도구 사용법은 바뀝니다. 오늘 익숙한 서비스가 내일 다른 이름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만들지, 어디까지 맡길지, 무엇을 기준으로 결과를 고를지는 도구가 바뀌어도 남습니다.


 

강의를 듣지 않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


 

이 글은 강의가 쓸모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 접하는 분야의 구조를 이해하거나, 당장 막힌 기능을 해결하거나, 이미 경험한 일을 다른 관점에서 정리할 때 강의는 여전히 좋은 도구입니다.


 

달라진 것은 순서입니다. 예전에는 강의를 먼저 고르고 언젠가 적용할 곳을 찾았습니다. 지금은 프로젝트에서 해결할 문제를 먼저 고르고, 그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강의를 찾습니다.


 

강의가 배움의 출발점이 아니라 실행 중 필요한 자원이 된 것입니다. 웹핏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지털 설계도 같은 방향에 있습니다. 어떤 도구를 많이 아는지가 아니라, 실제 일의 목적과 조건을 보고 사람과 AI의 역할을 나누는 일입니다. 그리고 결과를 검수해 다음에도 사용할 기준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AI 강의를 듣지 않게 된 것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이제는 무엇을 더 배울 지보다, 실제 일을 끝내기 위해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