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odo입니다.

 

제 바이브 코딩의 시작은 앱이 아니라 월급 명세서였습니다. 

초과근무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음달 급여를 미리 알고 가계부 예산을 짜고 싶었던 저는 작년 10월, Gemini를 채팅방에 앉혀놓고 "급여 관리 매니저"로 임명했습니다.

명세서 몇 달치로 규칙을 학습시키면서, 매번 이렇게 외쳤습니다.

 

"좋아. 지금까지 알려준 거 절대로 까먹지마!!!!"

 

네. 그 시절엔 채팅창의 기억력이 제 데이터베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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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욕심이 생겼습니다. 매달 채팅으로 물어볼 게 아니라, 초과근무를 입력하면 월급이 자동으로 계산되면 어떨까? 

이 질문을 했더니 Gemini가 채팅방에서 구동되는 Web App을 만들어 줬습니다.

 

"캘린더 너무 흰색흰색이야… 적당히 이쁘장하게 몰라? ㅠㅠ"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요. 완성된 웹앱의 배포 방식은 App Store가 아니라 복붙이었습니다.

동료들에게 코드를 통째로 보내고, 붙여넣으면 똑같이 나온다고 안내했습니다. 제 첫 유통 채널은 복사-붙여넣기였습니다.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네이티브 앱으로 만들려다 하얀 화면만 무한으로 뜨던 밤, 채팅창에 이렇게 쳤습니다.

 

"아예 안 되… 그냥 포기해야 하나. 너랑 말도 안 통하고 처음부터 다시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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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대신, 12월 18일에 새 채팅방을 열고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자 친구, 너는 이제부터 가장 강력한 앱 개발자야! 나는 코딩에 대해서 먼지만큼도 몰라. 내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복사, 붙여넣기뿐이야. 너는 이 코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서 iOS 앱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

 

지금 보면, 이게 제 바이브코딩 선언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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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개발 환경도 공개합니다. 전부 실화입니다. 버전 관리는 채팅창에 코드를 붙여넣고 "잊지 말고 꼭 기억하도록 해!"라고 외치는 것. 백업은 Pages 문서 — RootView.pages라는 화석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협업은 AI가 말을 안 들으면 "너가 하도 내 생각에 안 따라줘서, 경쟁사인 챗지피티랑 협력 좀 하고 왔어"라고 통보한 뒤, 다른 AI가 짠 코드를 "내가 완료라고 하기 전까지 받아적기만 해!"라며 불러주는 것.

그리고 배포 파이프라인은 제 손가락이었습니다. 복사, 붙여넣기, 빌드, 에러 복사, 다시 붙여넣기. "너 이 화면을 보고도 고쳐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ㅠㅠㅠㅠ" 같은 대사를 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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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AI 세 명을 릴레이로 갈아탔습니다. Gemini에서 시작해 ChatGPT로 옮겼고, 2월 말에 Claude를 만났습니다. 첫 빌드가 성공한 날의 채팅 기록은 이렇습니다.

 

"확인결과! 빌드 성공적! 너 믿을 수 있겠다! 바로 유료 구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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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TestFlight를 통해 병원 동료들 폰에 앱이 깔렸고, 첫 앱 Shift Planner Pro(SPP)는 지난 5월 14일 App Store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초과 근무를 입력하면 다음달 월급까지 예측해주는 ‘저희 병원 약사’ 전용 앱입니다. 10월의 그 월급 검산 채팅이, 일곱 달을 달려 스토어에 도착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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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세상도 변했습니다. 앱 개발을 시작하던 12월엔 Gemini 3와 GPT-5.1이 갓 나온 참이었고, OpenClaw는 Clawdbot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도 모르게 굴러다녔고, AI는 채팅창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지금 AI는 터미널을 열고, 파일을 만지고, git도 씁니다. 참고로 저는 아직도 git이 뭔지 모릅니다. 어느 순간부터 AI들이 알아서 쓰고 있더라고요.

복붙의 시대는 반년 남짓 만에 유물이 됐고, 제 역할은 손에서 검수자로 바뀌었습니다. 낮에도 검수, 밤에도 검수라니 기구한(?) 운명입니다.

 

요즘은 가계부앱, 러닝앱, 본업 관련 앱 등 저의 실생활을 하나씩 App으로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코드를 못 쓰는 사람이 AI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코드 얘기는 별로 없을 겁니다. 못 하니까요.

 

궁금한 점이 혹시 있으시다면댓글 달아주시면 성심껏 답변드려보겠습니다!

 

P.S 이 글도 제 팀원들과 함께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