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더의 필수 요건은 결핍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핍(缺乏)은 필요한 것이 모자라거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 缺(결): 부족하다, 빠지다
- 乏(핍): 모자라다, 궁하다
한자 그대로 풀면 “부족하고 모자람”입니다.
즉, 제가 부족하다 느낀 상태, 결핍을 느꼈기에 빌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빌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결핍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냐, 빌더는 인공지능 코딩 도구가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고 싶다면 천천히 글을 읽어 주세요.
IT 업계에서 비개발자로 일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큰 상황 중 하나가 '개발자와의 트러블'이었습니다.
저는 디자인과 개발 직무를 제외하고 상당히 많은 업무를 두루 해 본 소위 잡부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개발을 제외하면 내 머리로, 내 손으로, 내 경험으로 어느 정도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의 경험과 연륜은 있습니다.
그러나 단 2가지 디자인과 개발은 제가 손도 대지 못하는 넘사벽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언제나 조직에서 '을'의 입장에서 굽신거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경험이 쌓여가면 자연스럽게 관리도 하게 되고, 고객과의 대면하는 자리가 많아 집니다.
그리고 그러면서 피엠도 맡게 되죠.
소위 피엠을 하면서도 저의 아킬레스건은 디자인과 개발이었습니다.
웹 시스템, 웹 솔루션을 통해 사업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디자인과 개발을 손댈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의존하게 되더군요.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다 보면 의존을 해도 큰 불만은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저는 저의 일을 하면서 기다리고 수정하고 대응하면서 진행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프로젝트가 약간 어긋나기 시작하면 디자인과 개발 2개의 영역은 저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나는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디자인과 개발 때문에 내가 왜 욕을 대신 먹어야 하지?
내가 볼 때에는 분명히 가능한데 왜 저들은 못한다, 오래 걸린다, 일 많다, 고객을 대신 좀 설득해라고 거꾸로 요구하지?
이런 불만이 쌓이고 쌓여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결핍으로 자리 잡고 있었더랬죠.
퀄리티 높게는 아니더라도 내가 빠르게 디자인과 개발을 할 수 있으면 고객과의 의사소통도 조금 더 원활할 것 같은데?
시간이 부족해도 내가 직접 손볼 수 있다면 밤을 새던 뭐하던 간에 의사소통을 위한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욕구가 차고 넘치는데 해결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결핍도 커졌죠.
그러다가 커서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챗지피티에서 코딩을 해준다기에 채팅창에서 캔바스 형식으로 코드를 짜라고 이야기하고 복붙하는 것부터 시도를 했습니다.
html 형식으로 손품을 덜 풀고 후다닥 만들어 주는 것에 신기해서 프로젝트에 하나씩 적용할 방법을 스터디하고 있었습니다.
챗지피티 복붙 html 코딩으로 근근히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에 커서가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디자인은 태생이 후져서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개발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니 개발자들의 튕겨냄이 너무 꼴보기 싫어서 개발 공부를 좀 해보기 위해서 vscode는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파이썬 공부한답시고 책 사놓고 버린 것, 웹앱 만들어 보려고 장고 책 사서 몇 페이지 못 본 것, 힙하다고 해서 리액트로 대시보드 깔짝거려 본 것 등 그래도 그 동안 수년 동안 삽질 아닌 삽질을 해 왔기 때문에 vscode는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커서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vscode와 비슷하면서도 채팅으로 일을 시켜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시켜야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무작정 해봤습니다.
어떻게 할 수 있었느냐, 바로 결핍을 너무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디자인과 개발 영역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짜증나고 싫어서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꽤 강력한 동기였습니다.
내가 잠을 좀 줄이고, 쉬는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디자인과 개발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내가 직접 고객과 의사소통하면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계획을 짜서 순탄하게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정말 정말 강력하게 했습니다.
물론 프로젝트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직접 고객과 소통한다고 해서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초반 의사소통을 디자인과 개발의 도움 없이는 진행하기 참 어렵고, 중간에 변동이 있을 때 마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사정하고 조아리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조아리는 짓을 하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의사소통의 재료로 내가 직접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커서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gpt-4o 모델인가를 넣은 후 커서를 사용하면서 기뻐하던 때가 떠로르네요.
"커서는 신이야!"를 외쳤습니다.
커서와 모델을 구분도 제대로 못하고 커서를 통해 내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리액트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서 회의를 진행하던 때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결핍을 가졌다고 해도 커서와 지피티 모델이 없었다면 결핍은 해소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커서와 지피티 모델이 있다고 해도 내가 결핍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지금도 저는 디자인과 개발 영역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급적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을 따로 떼어서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저에게는 축복입니다.
나이 어린 동료들에게 조아리면서 일 하는 것이 50대 중년 실무자에게는 솔직히 그리 유쾌하진 않거든요.
세대가 달라졌기도 했고, 까라면 까는 시절도 아니기 때문에 라떼가 머릿 속에서 떠나진 않는데, 일은 내 생각처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테니까요.
2년 반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하던 업무의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리를 포기하고 실무로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경력설계도 큰 결심이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경력관리 영역이니 에이전틱 빌더와 관계 없는 항목이라 생략합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저는 그 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이를 먹어도 어떻게 오랜 기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힌트도 강력하게 받았습니다.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경험치를 가지고 혼자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조직에서 조직의 일을 하지 않으면서 에이전틱 빌더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은 만들었으니, 이를 활용해 먹고 살 수 있는 채널만 뚫으면 푼돈이라도 굶지 않을 순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변수도 많고, 내가 하지 못하는 다른 문제를 다 극복해야 하겠으나, 일단 시작은 할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과거라면 아예 시작도 못할 일들을 지금은 시작은 했으니까요.
게으르지 않게 계속 트렌드를 공부하고 실험하면서 가능성을 높이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적어도 저와 같이 이렇게 노력하진 않으니 저에게 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결핍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어찌보면 초사이어인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긁히고 밟히면 그것을 극복하면서 그것을 뛰어넘어버려는 노력, 그래서 베지타를 좋아합니다.
도입부터 중년 빌더의 연륜과 감정이 물씬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결핍이 빌더를 만든다’는 시작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글 전체에서 DedSec님의 의지와 투혼이 그대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쌓여온 답답함과 결핍을 그냥 불만으로 남겨두지 않고, 직접 도구를 익히고 행동으로 옮겨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극복해낸 과정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강한 동기를 가진 분은 결국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이 가볍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적어도 계속 시도하고 앞으로 나아갈 분이라는 확신은 듭니다.
다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만드는 것이 빠르고 편한 영역도 분명 있지만, 피드백이나 마케팅, 홍보처럼 서로 나누고 힘을 합칠수록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영역도 있으니까요.
저도 힘이 닿는 만큼 도움을 드리고 싶고, 반대로 DedSec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도움받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빌드인퍼블릭을 하면서 개발 과정이나 기술적인 내용을 주로 풀어왔는데, 막상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런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왜 만들게 되었고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를 담은 이야기가 훨씬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DedSec님의 다음 글과 앞으로 만들어갈 프로젝트도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